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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소년 소녀의 첫사랑 이야기 - 9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까 강희 오빠는 요즘도 예전처럼 내 옆에 있다.밥 먹을 때도, 길을 걸을 때도, 아무 말 없이 같이 걷고 웃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마음은 자꾸만 멀어지고 있는 기분이다. 나는 분명히 마음을 고백했다. 편지로, 그 애의 책가방 사이에 조용히 끼워 넣었던 내 진심.그 편지를 읽었다는 것도 안다. 며칠 뒤, 오빠가 내게 조금 더 다정하게 웃어주었으니까. 그런데 왜 이렇게 불안할까. “오빠, 오늘은 뭐 해?” “독서실 좀 갔다 올게.” 짧은 대화 속에도 낯선 거리감이 배어 있었다. 나는 눈치를 보며 애써 웃었지만, 오빠는 이미 고3이니까… 그렇게 스스로를 달랬다. 책상에 앉아 영어 단어를 외우다가도, 자꾸만 다른 생각이 난다.강희 오빠는 곧 수능을 보고, 그다음엔 서울로 갈지도 모른..

카테고리 없음 2025. 4. 3. 01:39
시골 소년 소녀의 첫사랑 이야기 - 8화

조용히 번져오는 감정 그날 밤, 나는 쉽게 잠들 수 없었다.가방 안쪽에 조심스레 꽂혀 있던 그 편지. 여진이가 쓴, 작은 손글씨가 담긴 종이를 몇 번이고 펼쳐 읽었다. ‘오빠. 나는 이제 오빠가 그냥 오빠가 아니야...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오빠야.’ 그 문장 하나하나가 마치 속삭임처럼 들려왔다. 부끄럽고 서툰 고백이었지만, 그 안엔 진심이 담겨 있었다. 가슴 어딘가가 저릿하게 따뜻해졌다.처음이었다. 누군가가 나를 그렇게 진심으로 바라봐준 건. 말없이 나를 좋아해 온 그 애의 시간이, 문장 속에서 흘러나오는 것 같았다. 하지만 한편으론 겁이 났다. 여진이는 아직 고등학교 1학년. 내게는 수능이 얼마 남지 않았고, 서울 대학 진학도 눈앞에 있었다. 난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고, 그 애는 이제 막 나를 향..

카테고리 없음 2025. 4. 2. 23:08
시골 소년 소녀의 첫사랑 이야기 - 7화

마음이 닿는 거리 여름방학이 시작된 마을은 이전보다 더 고요해졌지만,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여전히 들녘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여진은 아침 일찍부터 동네 앞마당을 쓸고 있었다. 이강희가 오늘은 학교 친구들과 함께 공부하러 나간다고 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이상했다. 강희를 못 본다는 사실에 아침부터 기분이 가라앉았다. 강희가 멀리 떠나는 것도 아닌데, 몇 시간 못 본다는 것만으로도 공허해지는 자신이 낯설었다. 여진은 대문 앞에 털썩 주저앉아 손에 든 빗자루를 내려놓았다. “나 진짜… 오빠 많이 좋아하나 봐…” 혼잣말이 입에서 새어 나왔다. 말하고 나니 얼굴이 달아올랐다. 하지만 부정할 수 없었다. 그건 분명한 감정이었다. 그냥 좋아하는 게 아니라, 아주 깊숙이,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우러나는 감정이었다. ..

카테고리 없음 2025. 4. 2. 16:55
시골 소년 소녀의 첫사랑 이야기 - 6화

조용한 고백, 말없이 전해진 마음 늦여름 저녁, 해가 길어졌다 해도 마을엔 이른 어둠이 내려앉았다. 강희는 작은 손전등을 켜고 마을 뒤편 길을 따라 천천히 걷고 있었다. 시골의 밤공기는 아직 덥지도 춥지도 않아, 혼자 생각을 정리하기엔 더없이 좋았다. 그날 음악회 이후로 여진을 향한 감정은 더 이상 감출 수 없게 되었다. 어릴 때처럼 단순히 귀엽고 챙겨줘야 할 존재가 아니었다. 그녀는 강희의 하루를 기대하게 만들고, 마음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그런데도 쉽게 다가갈 수 없었다. 다섯 살이라는 나이 차이, 자신보다 먼저 감정을 드러내는 여진의 순수함 앞에 강희는 조심스러웠다. 그리고 여진은 그걸 모를 리 없었다. 그녀는 말없이 기다리고 있었다. 강희가 마음을 여는 순간까지, 한 발 물러서서 지켜보며. “오빠..

카테고리 없음 2025. 4. 2. 15:37
시골 소년 소녀의 첫사랑 이야기 - 5화

서로에게 자라나는 그 마음 여름 장마가 끝나자, 마을은 다시 푸른 숨결로 가득 찼다. 들녘의 벼들이 바람에 일렁이고, 고추밭 사이로 비 온 뒤의 흙냄새가 퍼졌다. 여진은 비에 젖은 흙길을 조심조심 걸으며 강희가 기다릴 정자나무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날도 강희는 어김없이 자전거를 세워두고 정자 옆에 앉아 있었다. 교복 바지에 하얀 반팔 셔츠를 입고 팔을 접어 무릎 위에 얹고 있었는데, 마치 잡지 속에서 튀어나온 사람처럼 보였다. 여진은 순간, 자신의 셔츠에 묻은 흙을 허둥지둥 털어냈다. “왔어?” 강희가 먼저 말했다. “응... 비 맞은 땅이라 미끄러워서.” 여진은 헐떡이며 자리에 앉았다. “근데 오빠, 진짜 멋있어졌어.” 강희는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 “갑자기 왜 그래.” “그냥. 요즘 오빠 보면...

카테고리 없음 2025. 3. 24. 15:09
시골 소년 소녀의 첫사랑 이야기 - 4화

바람이 머무는 자리 장마가 오기 전, 마을은 잠시 더위를 식히는 듯한 바람으로 가득했다. 여진은 비가 오기 전 특유의 눅눅한 공기를 싫어했지만, 오늘은 괜히 그 바람이 반가웠다. 마을 뒷산 작은 오솔길 끝에 자리한 그네 의자에 앉아, 강희가 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분명히 이 길로 온다 했는데…” 여진은 손목시계를 흘깃 보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그 순간, 산 아래쪽에서 자전거 소리가 들려왔다. 가슴이 먼저 반응했다. 두근거림을 애써 숨기며 여진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여기 있었네.” 강희였다. 땀에 젖은 이마를 손등으로 쓸어내리며 여진을 바라보았다. 언제나처럼 말수는 적었지만, 그 눈빛만큼은 분명했다. 여진은 아무렇지 않은 척 말했지만,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는 건 막지 못했다. “기다린 거 아니..

카테고리 없음 2025. 3. 24.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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