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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골 소년 소녀의 첫사랑 이야기
    시골 소년 소녀의 첫사랑 이야기

    마음이 닿는 거리

     

    여름방학이 시작된 마을은 이전보다 더 고요해졌지만,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여전히 들녘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여진은 아침 일찍부터 동네 앞마당을 쓸고 있었다. 이강희가 오늘은 학교 친구들과 함께 공부하러 나간다고 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이상했다. 강희를 못 본다는 사실에 아침부터 기분이 가라앉았다. 강희가 멀리 떠나는 것도 아닌데, 몇 시간 못 본다는 것만으로도 공허해지는 자신이 낯설었다. 여진은 대문 앞에 털썩 주저앉아 손에 든 빗자루를 내려놓았다.

     

    “나 진짜… 오빠 많이 좋아하나 봐…”

     

    혼잣말이 입에서 새어 나왔다. 말하고 나니 얼굴이 달아올랐다. 하지만 부정할 수 없었다. 그건 분명한 감정이었다. 그냥 좋아하는 게 아니라, 아주 깊숙이,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우러나는 감정이었다.

     

    햇살이 조금씩 기울 무렵, 여진의 집 앞에서 자전거 브레이크 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벌떡 일어나 대문을 열었다. 강희였다. 이마에 땀이 맺혀 있었지만, 여전히 단정한 모습이었다.

     

    “오빠? 공부하러 갔다면서?”

     

    “갔다 왔지. 그리고 너한테 줄 게 있어서.”

     

    강희는 가방에서 작은 책 한 권을 꺼냈다. 소녀 소설책이었다. 여진이 예전에 서점에서 보고 탐내던 책이었다. 시내에서는 구하기 힘든 책이었는데, 강희는 그걸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거… 어떻게 구했어?”

     

    “서울 간 친구한테 부탁했어. 네가 좋아하잖아.”

     

    여진은 책을 품에 안고 눈시울이 붉어졌다. 말없이 그를 바라보다가, 조심스레 말했다.

     

    “오빠, 나 진짜… 오빠 없으면 안 될 것 같아.”

     

    강희는 놀란 듯했지만 곧 미소 지으며 말했다.

     

    “나도 네가 없으면 안 돼.”

     

    둘 사이에 정적이 흘렀지만, 그건 어색한 정적이 아니었다. 두 사람의 마음이 조금 더 가까워졌음을 느낄 수 있는, 따뜻하고 조용한 순간이었다.

     

    며칠 뒤, 마을에 비가 내렸다. 장맛비가 그치고 나면 가을이 다가올 터였다. 강희는 이제 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이었고 서울 대학 진학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여진은 그 사실이 마냥 기쁘지만은 않았다. 강희가 멀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마음을 짓눌렀다.

    하지만 그날 밤, 여진은 강희에게 편지를 썼다. 마음속 깊이 간직해 왔던 말들을 조심스럽게 꺼내어 글자로 담았다.

     

    ‘오빠. 나는 이제 오빠가 그냥 오빠가 아니야.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오빠도 알고 있지?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오빠야.’

     

    편지는 다음 날, 강희의 책가방 사이에 조용히 끼워졌다. 강희는 말없이 그 편지를 읽고, 가슴 한가운데 무언가가 서서히 번져오는 걸 느꼈다.

     

    그리고 그날 밤, 그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속삭였다.

     

    “나도 너 좋아해, 여진아.”

     

    (다음 화에 계속)

     

    시골 소년 소녀의 첫사랑 이야기 - 8화

    조용히 번져오는 감정 그날 밤, 나는 쉽게 잠들 수 없었다.가방 안쪽에 조심스레 꽂혀 있던 그 편지. 여진이가 쓴, 작은 손글씨가 담긴 종이를 몇 번이고 펼쳐 읽었다. ‘오빠. 나는 이제 오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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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골 소년 소녀의 첫사랑 이야기 - 6화

    조용한 고백, 말없이 전해진 마음 늦여름 저녁, 해가 길어졌다 해도 마을엔 이른 어둠이 내려앉았다. 강희는 작은 손전등을 켜고 마을 뒤편 길을 따라 천천히 걷고 있었다. 시골의 밤공기는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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