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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을 건너는 편지들
겨울이 지나고, 봄이 왔다.
마을 앞산에는 개나리가 피기 시작했고, 논두렁 옆 길가엔 이름 모를 들꽃이 조용히 고개를 들고 있었다.
여진은 여전히 매일 학교를 오갔다. 그리고 가끔, 아무도 없는 강둑에 홀로 앉아 있었다.
강희 오빠는 서울에 있었다.
며칠에 한 번, 짧은 문자나 편지로 안부를 전해왔다. 전화는 자주 하지 않았다. 아마도, 목소리를 들으면 서로 더 보고 싶어질까 봐.
『여진아. 서울도 이제 조금 익숙해졌어. 아직도 낯선 것들이 많지만, 너랑 함께 걷던 길을 떠올리면 어딘가 든든해져. 너는 요즘 어때?』
여진은 그 편지를 열 번도 넘게 읽었다.
그 애의 말투, 그 애의 글씨, 그 모든 것이 그리움으로 변해 마음속 깊이 남았다.
답장을 쓰는 일도 이제 익숙해졌다.
『오빠. 나는 여전히 여기에 있어. 봄이 와서 그런가, 오빠가 더 자주 생각나. 꽃이 피는 거 보면서 혼자 웃었다? 우리 예전처럼 다시 걷게 될 날이 올까? 나는 그날을 기다릴게. 천천히, 조용히.』
우편함에 편지를 넣고 돌아오는 길, 여진은 바람을 맞으며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
이제는 오빠와 함께 걷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마음이 함께라면, 걷는 속도가 달라도 괜찮다고 믿게 됐다.
시간은 흘렀고, 계절은 바뀌었다.
여진은 조금 더 자랐고, 강희도 조금 더 어른이 되어가고 있었다.
멀리서 서로를 바라보며, 두 사람은 각자의 하루를 묵묵히 살아가고 있었다.
마음을 전하는 방법은 아주 작고 느렸지만, 그만큼 깊고 오래 남았다.
한 줄의 편지, 한 번의 웃음, 그리고 한 사람을 향한 조용한 기다림.
이렇게, 학창 시절의 마지막 봄이 흘러가고 있었다.
그리고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될 그날을 위해, 두 사람은 각자의 삶을 조금씩 단단히 쌓아가고 있었다.
(1부. 학창시절 편, 끝)
(다음 화부터는 2부 – 대학 시절 이야기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