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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골 소년 소녀의 첫사랑 이야기
    시골 소년 소녀의 첫사랑 이야기

    시골 소년 소녀의 첫사랑 이야기

    편지 속에서 다시 피어난 마음

     

    서울의 겨울은 생각보다 훨씬 차가웠다.

    이불 밖 공기는 뺨을 베일 듯 날카로웠고, 창밖 건물들 사이로 스며드는 소음은 어쩐지 낯설고 무뚝뚝했다.

     

    나는 고요한 새벽을 좋아했는데, 이곳의 새벽은 너무 밝았다.

    달빛도 별빛도 보이지 않는 하늘 아래, 나는 가만히 누워 천장을 바라봤다.

     

    마을에 있을 때는 상상하지 못했다. 이렇게 익숙한 것들이 갑자기 사라지는 감각.

    논밭의 바람, 이른 아침의 닭 울음, 그리고 여진이.

     

    여진이.

    그 애는 지금 어디서 무얼 하고 있을까.

    아직 학교일까, 아니면 혼자 걸었던 그 길을 다시 걷고 있을까.

     

    문득 가방 속을 뒤적이다가, 노트북 사이에 끼워진 얇은 종이 한 장을 발견했다.

    손글씨였다. 익숙한 둥글고 따뜻한 글씨체.

     

    『오빠. 나는 아직도 그 길을 걷고 있어. 조용한 오후, 들판을 지날 때면 오빠 생각이 나. 혼자라도 괜찮다고 말했지만, 사실은… 가끔 많이 보고 싶어. 너무 많이.』

     

    편지를 다 읽고 나서야, 나는 이마를 짚고 조용히 웃었다.

    이 애는 언제나 내 생각을 먼저 해줬다.

    그리고 그 다정함이 나를 이렇게 그리움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밖으로 나와 버스 정류장 앞 벤치에 앉았다.

    눈이 오진 않았지만, 하늘빛은 회색으로 내려앉아 있었다.

    서울에 온 이후, 처음으로 고향이 그리웠다. 그보다 더 정확히는, 여진이 그리웠다.

     

    나는 핸드폰을 꺼냈다.

    지금 걸면, 여진이 받을까?

    하지만 곧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 괜히 목소리를 듣게 되면, 더 흔들릴까 봐 두려웠다.

     

    ‘잘 지내고 있어, 여진아.’ 나는 속으로 조용히 중얼거렸다.

    그리고 다짐했다. 이곳에서도, 너를 떠올리며 하루하루를 잘 살아보겠다고.

     

    너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그리고 언젠가 다시 마주 섰을 때, 지금보다 더 좋은 사람이 되어 있겠다고.

     

    (다음 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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