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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이후, 다시 마주한 눈빛
수능이 끝난 뒤, 며칠 동안 강희 오빠의 소식은 없었다.
어쩌면 너무 피곤했을 수도 있고, 그만큼 마음의 여유도 없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조급해지지 않으려고 애썼다. 오빠가 무사히 시험을 마쳤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스스로를 달래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리고 며칠 뒤, 오빠는 아무 예고 없이, 평소처럼 내 앞에 나타났다.
“여진아.”
단 한 마디.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나는 괜히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보고 싶다는 말도, 기다렸다는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오빠가 돌아왔다는 사실만으로 벅찼다.
“시험… 어땠어?”
“생각보다, 괜찮았어.”
“진짜? 그럼 이제… 조금 여유 생긴 거야?”
“응. 그래서 네 얼굴 먼저 보러 왔지.”
말이 끝나자, 나는 그를 바라보다가 조용히 웃었다.
그 말 한마디가 며칠 동안 얼어 있던 내 마음을 단숨에 녹여버렸다.
우리는 마을 뒷길을 천천히 걸었다.
짧은 대화, 가벼운 웃음, 그리고 간간이 흐르는 침묵. 그 모든 게 편안했다.
“서울 가면… 자주 못 보겠지?”
내가 먼저 말을 꺼냈다. 그 말은 오래전부터 마음속에 걸려 있던 질문이었다.
강희 오빠는 잠시 걸음을 멈췄다.
“자주 못 보더라도… 잊진 않을 거야.”
짧은 대답이었지만, 그 안엔 수많은 약속과 조심스러운 감정이 담겨 있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빠를 붙잡을 수는 없지만, 그 마음은 지키고 싶었다.
“나… 오빠 기다릴게.”
내가 말했다.
오빠는 놀란 듯 나를 바라보다, 조금은 슬프게 웃었다.
“기다리지 않아도 돼. 그냥 네 하루를 잘 살아줘. 그게, 내가 바라는 전부야.”
나는 그 말에 고개를 떨궜다.
왜일까. 그 다정함이 오히려 멀게 느껴졌다.
그날 밤, 집에 돌아와 방 안 불을 끄고 누웠다.
강희 오빠의 눈빛, 말투, 걷는 모습 하나하나가 떠올랐다.
이제 우리는, 같은 곳을 향하고 있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마음만은 여전히 같은 자리에 머물러 있다.
나는 아직도, 그날 오빠가 조용히 걸어오던 그 순간을 잊을 수 없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던 눈빛. 그게, 우리 사이의 마지막 따뜻함이었다.
(다음 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