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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골 소년 소녀의 첫사랑 이야기
    시골 소년 소녀의 첫사랑 이야기

    텅 빈자리와 말 없는 응원

     

    아침 공기가 유난히 차가웠다. 마을 전체가 조용했고, 버스 정류장 앞에는 어른들의 말소리만 낮게 흘렀다.

    오늘은 수능 날이었다. 강희 오빠가 시험을 보러 읍내로 나가는 날.

     

    나는 이불 속에서 조용히 핸드폰 화면을 켰다. 새벽부터 메시지를 쓰고 지우길 반복했다.

     

    ‘오빠, 잘 보고 와.’

     

    짧은 문장이지만, 마음은 길고 무거웠다. 결국 보내진 메시지는 단 한 줄이었다.

     

    『오늘, 응원해.』

     

    답장은 오지 않았다. 그럴 줄 알았다. 시험 전날엔 핸드폰도 잘 안 보던 사람이었으니까.

    하지만 마음속 어딘가엔 여전히 작은 기대가 있었다. ‘혹시 시험 끝나면 바로 연락 오지 않을까?’

     

    오전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강희 오빠가 늘 기다려주던 골목을 지날 때 문득 멈춰 섰다.

    오늘은 그 자리에 아무도 없었다.

    텅 빈 그 골목이 왜 그렇게 넓고 쓸쓸해 보였는지 모른다.

     

    그 애가 없다는 사실 하나로, 세상이 조금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동안 오빠가 내 곁에 있었던 수많은 순간들이, 마치 오래된 필름처럼 하나둘 머릿속에서 돌아갔다.

     

    작은 간식을 건넬 때의 미소, 논둑길을 걸으며 불던 바람, 그리고 말없이 내 손끝을 스치던 따뜻한 온기.

    그 모든 게 지금은 조용히 사라져 있었다.

     

    나는 오빠의 빈자리를 마주하며 처음으로 진짜 이별을 생각했다.

    단지 며칠 동안 못 본다는 게 아니라, 정말로 멀어질 수도 있다는, 현실적인 이별.

     

    밤이 되어도 연락은 오지 않았다.

    나는 창문 너머 하늘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노트를 펼쳤다.

    글씨가 삐뚤빼뚤해도 상관없었다. 그저 마음을 어디든 적고 싶었다.

     

    ‘오빠. 오늘 하루 어땠어? 혹시 많이 긴장하진 않았어? 나는… 그냥 오빠 생각만 했어.’

     

    내가 할 수 있는 건, 말 없는 응원뿐이었다.

    지금 당장 붙잡을 수 없다는 걸 알기에, 더 조심스럽고 더 깊어지는 마음.

     

    여전히 답장은 오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믿기로 했다.

    오빠의 마음이 나와 멀어지지 않았다고, 오늘 하루 누구보다 치열했을 오빠를, 나는 지금도 똑같이 좋아하고 있다고.

     

    내일이면 연락이 오겠지. 그리고 그다음 날은, 조금 더 단단한 내가 되겠지.

     

    기다림은 여전히 두렵지만, 이젠 도망치지 않기로 했다.

     

    (다음 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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