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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 있지만 멀어지는
“나, 서울 가기로 했어.”
강희 오빠의 말은 조용했지만, 그 어느 때보다 선명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속으로는 마음이 크게 흔들렸다.
알고 있었어. 오빠가 수능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도, 서울 대학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었다는 것도.
그런데 막상 그 말을 들으니, 가슴 어딘가가 텅 비어버린 것 같았다.
“언제 가?”
“아직 정확하진 않아. 수능 끝나면 바로 올라갈 것 같아.”
오빠는 여전히 담담했다. 나는 억지로 입꼬리를 올렸다.
“잘 됐다… 정말.”
그 순간, 나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버렸다. 눈물이 나올 것 같아서.
오빠는 내가 그런 표정을 지었다는 걸 알았을까.
그날 이후, 나는 혼자 걷는 연습을 시작했다.
오빠가 늘 옆에 있어주던 길을, 혼자 걸어보았다. 처음에는 낯설고 쓸쓸했지만, 점점 익숙해졌다.
그건 마치, 오빠 없이도 내가 괜찮을 수 있다는 걸 스스로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집에 돌아와 문을 닫고, 한참을 창밖만 바라보았다.
마당에서 고양이 한 마리가 느릿하게 걸어가고 있었다. 그 모습이 꼭, 내 마음 같았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조용히 움직이고 있는 모습.
“오빠는… 나랑 같은 마음일까?”
혼잣말이 새어 나왔다.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거라 믿었지만, 점점 확신이 흔들리고 있었다.
다음 날, 오빠는 언제나처럼 나를 불렀다.
“오늘 잠깐 시간 돼? 걷자.”
우린 말없이 강둑을 걸었다. 바람이 부드럽게 불었고, 갈대들이 바스락거렸다.
나는 물었다.
“서울 가서… 우리 연락할 수 있을까?”
오빠는 잠시 멈춰 섰다. 그리고, 나를 바라보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 네가 싫지만 않으면, 매일이라도.”
그 말에, 마음이 조금 놓였다.
하지만 나는 안다. ‘매일’이라는 말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지켜지기 힘든 약속인지.
그래도 좋다. 지금은 이 순간이 있으니까.
아직 오빠는 내 옆에 있고, 나는 그 옆에서 걷고 있으니까.
이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오면 오빠는 떠날 것이다.
그게 정해진 미래라는 걸 받아들이기로 했다.
대신, 나는 그날까지 할 수 있는 모든 마음을 전하고 싶다.
조용한 이별이 오기 전에, 내 마음이 멀어지기 전에.
(다음 화에 계속)